Dono's

10년만에 알게 된 영화 '김씨표류기' 본문

성장의 시간

10년만에 알게 된 영화 '김씨표류기'

도노. 2018. 3. 15. 22:17


출처: 네이버 영화 '김씨표류기'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10년 전 개봉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된 영화. 한국에서는 망했지만(?) 외국에서는 호평을 받았다는 영화. 주연 배우 두 명(정재영, 정려원)이 모두 내가 좋아하는 배우였고, 또 어떤 내용이길래 한국에서는 망했지만 외국에서는 호평을 받았다는 건지 궁금하기도 해서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오늘 그 영화를 다시 보았다. 마음이 편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대적 배경은 미국 발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고 있던 시기. 


남자는 빚더미와 함께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한다(이 장면을 직접 보여주진 않지만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는 삶을 포기하기 위해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린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 눈을 떠보니 무인도다. 서울 한강 한복판에 있는 밤섬(사실 나는 서울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밤섬을 처음 들어봤다...저런 곳도 있었구나. 한번 가봐야겠다 싶었다.).


남자는 자살에도 실패하는 자신을 책망하며 넥타이로 목을 매달아 2차 시도를 하려고 하지만, 생리적 현상(?)을 참지 못하고 바지를 훌러덩 내리고는 욕구를 해결한다. 개인적으로 이 민망한 장면에서 너무나 큰 공감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생리적 현상 때문에 주저 앉아 우연히 발견한 사루비아의 달콤함에 빠져 행복을 느끼는 김씨. 뭐랄까...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그와중에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자신의 처량함(?)을 인정하는 순간의 느낌이랄까.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슬펐다. 김씨가 수치스러움과 함께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인정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너무 슬프다.



남자는 생각한다. 죽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그냥 한번 물 흐르는대로 살아보기로. 의식의 흐름대로 욕구가 피어오르는대로. 


그랬더니 오히려 삶이 편해짐을 느낀다. 어차피 죽을 마음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직면해도 두렵지가 않았던 것. 말 그대로 평온함.



영화는 남자의 이런 심적변화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다. 지루해보일 수도 있으나, 나는 이 점이 정말 좋았다. 나같아도 저랬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척 공감했다. 그리고 설렜다. 여주인공인 려원과 주고 받는 소통에 설렘을 느끼고 살아갈 희망과 기대를 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희망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 괜찮다.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 너무 걱정하지말자.'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삶의 무료함에 빠져있거나,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큰 고통에 직면해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끝 마무리가 조금 아쉬울 따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가치 있는 영화다. 코믹 속에 녹아있는 아주 강렬한 메시지. 10년만에 알게 된 한국의 명작.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