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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무엇인가? 2. 은행의 탄생_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에 이르기까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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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무엇인가? 2. 은행의 탄생_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에 이르기까지

도노. 2018. 3. 1. 23:59

돈이란 무엇인가? 

2. 은행의 탄생_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에 이르기까지




지난 시간에 시장에서의 물물교환 방식에서 화폐교환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 스토리, 즉 주화와 조폐국의 기원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오늘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처음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돈이란 무엇인가? 1. 주화와 조폐국의 기원’을 먼저 읽어보심이 좋겠네요. 



돈은 유통수단이라고 이야기들 하죠. 즉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나타내주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품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 사용을 합니다. 예전에는 조개 껍데기라던지 가축, 옷감 또는 농산물 등이 그 역할을 대신 했었는데 그러한 거래방식(물물교환 방식)에는 여러가지 불편함이 존재해서 금속으로 통일하여 거래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껴 보다 신뢰할 수 있고 간편한 방식으로서 주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누군가가 주화의 가치를 보장해줌으로써 사람들은 믿고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전에는 직접 저울질해가며 금속을 측정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을 악용해서, 금속에 불순물을 혼합한다던지 일부를 조금 잘라내어 거래를 하는 등의 불법 거래가 많았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금덩이, 주화로서의 거래에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에 이르기까지는 어떤 내막이 숨겨져 있을까요? 

17세기 영국으로 함께 가보도록 하죠. 



이때는 금이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했어요. 그래서 금 세공업자는 금화를 만들고 그걸 보관하기 위한 금고를 마련했습니다. 사람들은 일정금액의 보관료를 지불하며 금 세공업자의 금고를 빌리기 시작했고 금 세공업자는 사람들에게 보관증을 써주었죠. 이 보관증을 가지고 오면 금으로 바꿔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우리가 세탁소에 가서 옷을 맡겼는데 세탁소 사장님께서 보관증을 발행해준거에요. 이 보관증을 가지고 오면 네 옷을 찾아 주겠다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금화가 아닌 아니라 보관증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금화보다 훨씬 가볍고 편리했으니까요. 요즘 모바일 뱅킹 많이들 이용하시지요? 예를 들어 제가 친구에게 만원을 빌렸으면 저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계좌이체를 해줌으로써 만원을 갚을 수 있습니다. 굳이 은행에 가서 현금을 인출하여 친구에게 줄 필요가 없죠. 계좌이체만 해주면 그 친구가 필요할 때 언제든 은행에 가서 인출하면 되니까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금 세공업자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내게 금화를 맡기고 보관증을 가지고 간 사람들이, 같은 날 동시에 모든 금화를 찾으러 오진 않겠구나!’




금 세공업자는 머리를 씁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금고에 맡겨둔 금화를 빌려주고서 그 대가로 이자를 받기 시작하죠. 대출이 문제없이 갚아진다면 아무도 눈치 챌 수 없을 것이니까요. 그렇게 금 세공업자는 다른 사람이 맡겨둔 금화를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해줬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이자소득을 얻게 되었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사람들은 이내 곧 금 세공업자가 자신들의 금화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세게 항의를 합니다. 아주 당연하겠지요. 보관료를 지불하고 금화를 맡겨두었는데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 금화로 대출을 해서 이득을 챙겼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의 거센 항의에 금 세공업자는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내가 당신의 금화로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출을 해서 이자를 받으면 그걸 당신과 나누겠다고 말이지요.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수동적 소득(passive income), 즉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벌 수 있게 되니까요. 물론 금 세공업자도 좋았겠죠.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출을 해줘서 벌어들이는 이자가, 금화를 맡겨둔 사람들에게 줄 돈보다 항상 많았으니까요(대출이자 > 예금이자). 


그리하여 금 세공업자는 점점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면서 또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내 금고에 얼마 만큼의 금화가 있는지는 세상에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잖아?’ 




이제 금 세공업자는 한 술 더떠서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에 대해 마음대로 보관증을 발행하여 대출을 해주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정말이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금 세공업자는 금고의 금화보다 10배나 더 많이 보관증을 발행했는데, 사람들이 보통 자신이 맡긴 금화의 10% 정도만 실제로 금을 찾으러 온다는 걸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경제학 책에 나오는, 10% 지급준비율의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에 대해 보관증을 마구 발행해주다보니 금 세공업자는 점점 더 많은 부를 축적하며 은행업자가 됩니다. 그제서야 이를 수상하게 여긴 몇몇 부유한 예금주들이 자신들이 맡겨놓은 금화를 모조리 인출해가게 됩니다. 그 외 뒤늦게 금화를 찾으러 온 사람들은? 


당연히 아무것도 받을 수가 없었죠. 뱅크런이 발생한 겁니다.



뱅크런: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찾는 현상




그러던 와중에 영국 왕실에서 은행업자를 찾아옵니다. 오랜 전쟁으로 금화가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왕실은 은행업자에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합니다. 이전처럼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에 대해서, 가상의 보관증(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출해줄 수 있게하는 권한이었죠. 현대 은행의 ‘차터드(chartered)’라는 말은 바로 여기서 유래하게 됩니다. 공인된, 면허받은 이란 뜻이지요. 


왕은 전쟁을 위해 돈을 빌려야 했으며 상인들은 무역로가 트이길 바랐습니다. 서로 원하는 게 있었죠. 그래서 부르주아 자본주의 상인들과 국가는 서로 협력했습니다. 왕이 돈 있는 상인들에게 잉글랜드 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특권을 준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은행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은행은 지급준비율이란 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마음껏 돈을 불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잠깐, 우리가 알고 있는 ‘은행’이 여기에서의 은행이 맞냐구요? 



네, 맞습니다.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은행도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나서 아주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는 전공책인 '맨큐의 경제학_그레고리 맨큐'를 다시금 꺼내보았죠. 학생 때는 배웠던 기억이 전혀 없었는데 웬걸, 정말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은행이 돈을 버는 구조, 바로 '신용창조'에 대해서 말이지요(참고로 오늘날엔 금과 무관합니다. 1971년 8월에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은행에 예금 해놓은 돈이 있으시지요? 하지만 그 예금액의 대부분은 은행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 대출 되었을테니까요. ‘지급준비율’이라는 말이 이해가 안되실 수도 있을텐데, 쉽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지급준비율이 10%라고 가정 했을 때 돈이 얼마나 불어나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참고_'예금종류별 지급준비율'


-장기주택마련저축, 재형저축-0.0%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CD-2.0%

-기타예금-7.0%

출처: 한국은행 2016년 04월




* 은행이 돈을 만들어내는 과정


어느 백만장자가 은행에 100억을 예금했습니다. 그러면 은행은 100억의 10%인 10억만 실제로 은행에 놔두고 나머지 90억은 돈이 필요한 A에게 대출을 해줍니다. 이렇게 갑자기 생겨버린 90억을 ‘신용통화’라고 부르지요. 


생각해보세요! 위와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 백만장자에게 당신은 은행에 얼마가 있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백만장자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저는 100억이 있습니다". 그럼 A에게 묻는다면요? "대출 받은 돈이긴하지만, 저는 90억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100억 밖에 없는데 이제 시장에서의 돈(통화량)은 190억이 된 샘입니다.




여기서 끝일까요?


A는 이 90억을 현금으로 들고 다니진 않겠죠. 자신의 주거래 은행에 넣어둘 것입니다. 그러면 A의 주거래 은행은 지급준비율 10%를 떼고 다시 대출할 수 있는 돈 81억을 만듭니다. 81억은 72억을 만들고...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새로운 돈이 만들어지겠지요. 은행이 대출해 줄 때마다 새 돈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니, 처음에 100억으로 시작해서 도대체 얼마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원래 있던 100억을 더해서 최대 1,000억원까지 될 수 있습니다. ‘0’이 하나 더 붙어버렸죠. 이 과정을 신용통화를 창조해낸다고 하여 ‘신용창조’라고 합니다. 이래서 모든 돈은 신용이며, 돈은 곧 빚이다 라고들 이야기 하죠.


'10,000,000,000원 -> 100,000,000,000원’



은행은 통화 시스템을 부풀립니다. 그게 은행이 하는 일입니다. 더 많은 대출은 곧 더 많은 돈이지요. 요즘은 좀 덜하긴 한데, 저도 대출 권유 문자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이상하게도 어딘가에 회원가입을 하면 이러한 대출 권유 문자가 참 많이 날라오던데...저만 그런가요?). 우리가 대출을 해야지 은행은 새 돈이 생깁니다. 빚 권하는 사회가 된 이유가 되겠습니다. 은행의 돈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아요. 단지 컴퓨터 화면상에서 숫자로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죠.





“우리의 통화 시스템에 빚이 없으면 돈도 없습니다.”


매리너 에클스(Merriner Eccles)연방준비은행 FRB 의장

1941년 하원 금융통화위원회 청문회에서




자 그러면, 숨 한번 돌리고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시중에서 돌고 있는 돈이 조폐공사에서 찍어낸 돈 보다 훨씬 많다는 걸 우리는 알았습니다. 은행이 갖고 있지 않은 돈을 대출해주니까요. 100억에서 1,000억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대출해간 채무자는 이자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그걸 알려면 우선 ‘중앙은행’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해서 돈을 불리는데 그럼 시중은행은 그 원금을 누구한테 받을까요. 바로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입니다(지지난달인가 지나가던 길에 한국은행 본사가 보여서 구경갔는데 공사중이더군요). 그리고 이 중앙은행도 돈을 불립니다.


중앙은행은 시중에 있는 돈의 양을 조절하는 일을 합니다. 돈의 양을 조절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나라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두 가지 권한을 가지고 있어요. 이자율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이지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자주 보셨을 겁니다. 저는 사실 그런 뉴스를 볼 때 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라며 무시했었는데, 그게 바로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조절해서 시중에 있는 돈의 양을 조절하는 거였습니다. 또 한가지 방법은 화폐를 찍어내는 게 있죠. 흔히 양적완화 라고 부르는데 쉽게 얘기해서 기준 금리를 내렸는데도 효과가 없다 싶으면 직접 돈을 푸는 방법을 말하는 겁니다. 



왜 이렇게 돈의 양(통화량) 조절을 하냐구요? 국민들이 힘든 소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물가가 너무 오른거 아니냐(인플레이션=시중에 돈이 많다=물건 값이 비싸진다=돈이 희소성 없이 너무 많으니까 옛날보다 더 줘야한다)’, ‘취업난 때문에 죽겠다(디플레이션=시중에 돈이 없다=기업들이 투자 안한다=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다=고용 안하고 있는 사람마저 해고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부양 목적 외에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야만 하는 또다른, 아주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대출에 대한 ‘이자’ 때문입니다. 



‘은행에서 대출한 채무자는 이자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제가 철수와 영희와 함께 무인도에 갔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배를 놓쳐서 평생 거기에 살게 됐습니다. 이 무인도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단일한 통화체제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무인도에는 중앙은행이 있구요. 저, 철수, 영희 이렇게 세 사람만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앙은행이 발행한 돈은 딱 1,000만원 뿐입니다. 그리고 이 돈을 철수가 연이율 10%로 빌렸습니다. 일년 뒤에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100만원을 갚기로 하고 말이죠. 


영희는 조선소 출신이기 때문에 배를 아주 잘 만듭니다. 무인도에 도착하자마자 배를 한 척 뚝딱 만들어냈죠. 그래서 철수는 영희에게 대출 받은 1,000만원을 주고 배를 구입합니다. 고기를 잡아서 돈을 벌려고 말이죠. 그러면 철수는 과연 일년 뒤에 원금과 이자 1,100만원을 갚을 수 있을까요?


이 무인도에 있는 돈은 딱 1,000만원 뿐입니다. 이자로 갚아야 할 100만원은 어디에도 없죠.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방법은 딱 하나,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100만원을 더 발행하고 그걸 누군가가 대출하는 겁니다. 그 100만원 제가 대출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무인도에 있는 돈은 총 1,100만원(현재 영희가 1,000만원 소유, 제가 100만원 소유).


철수가 열심히 고기를 잡고 팔아서 무인도에 있는 돈을 전부 다 벌어들이면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100만원을 연이율 10%로 대출 받았으니 일년 뒤에 110만원을 갚아야하는데, 모든 돈은 철수가 벌어서 은행에 갚아버렸잖아요. 



두 가지 경우가 있을 것 같네요.

첫 째, 제가 파산하든가

둘 째, 은행에서 돈을 만들고 누군가 또 대출을 하든가



결국 대출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은행이 계속해서 대출을 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돈의 양은 증가하고 통화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예전에는 삼천원으로 자장면을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육천원은 내야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정부가 돈을 풀면 풀수록 인플레이션이 옵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풀어야 할까요?

돈을 거둬들어야 할까요?




그걸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힘들어하진 않겠지요. 저 또한 답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르면 더욱 힘들어질거란 걸, 모르면 계속해서 당할거란 걸 알기에 오늘도 조금씩 성장을 위한 몸부림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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